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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잠자리의 향수 김길순
가을은 초로의 계절이다.
파랗게 개인 하늘에 빨갛게 익는 홍시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화가가 되어 그림이라도 그리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홍시처럼 익기 시작하는 초로의 연령은 아마도 사십 오십 세쯤이 될 것이다.
이 나이가 되면 사물을 보는 눈이 좀 그윽하게 된다. 그윽한 눈이란 마당에 말리는 빨간 고추라든가 밭이랑의 참깨를 말리는 초가을 햇볕과도 같은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 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여 달라고 읊었는데 포도주를 맛 들게 할 수 있는 그러한 햇빛과도 같은 시선이다. 물론 사랑 이라든지 다른 언어로는 다 표현될 수는 없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본다. 곱게 늙은 농부의 얼굴과 그 눈빛에서 가을을 느낀다. 내가 생각하는 그 고상한 체취의 농부는 옛 같으면 모시옷이나 삼베옷을 입은 모습이지만 요즘은 청 작업복을 입고 날렵하게 일하는 모습이다. 고추잠자리 옥수수 밭 위로 선회하면서 하늘을 온통 노을빛으로 물들인 그 곳에 고추잠자리의 향수가 이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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