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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때 낙과 과일도나의 산문 2020. 9. 14. 01:02
장마 때 낙과 과일도
김길순
지난여름 비가 세차게 내린 후면 우리 집 그이는 아이들 삼촌네 작은 농장에
들러 낙과중에 비교적 상처가 덜한 과일을 한 보따리씩 가지고 왔다.
떨어진 살구며 자두, 그리고 복숭아 사과까지 냉장고도 한도가 있는지라
궁리 끝에 우유와 매실 진액을 넣어 갈아놓고 먹기로 하였다.
냉동실에는 작년 가을에 가지고 온 감이 아직도 얼려있는데, 요즘은 애호박은
가져 나르기를 그쳤고, 이제는 익은 누렁 호박을 가져온다. 좁은 베란다지만
관상용으로 본다며 화분도 옆으로 하고 올려놓는다.
어찌하랴. 동생의 손길 끝에 얻은 결실 채들이라 그이가
애지중지하는 것을 치울 수가 없었다.
지난 어느 날은 가지고 온 깻잎 때문에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자잘한 깻잎이라 두 식구 먹는데 양이 많아서 궁리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잠을 깨고 보니 그이가 깻잎을 모두 채를 썰어 놓았다.
깻잎 부침을 하라는 것이었다. 아이고 맙소사 이 많은 양을
채를 썰어 놓았으니, 지금도 채 썰은 깻잎이 냉장고 비닐봉지에서
머물고 있다.
오늘도 그이는 경기도에 있는 삼촌 농장을 향해
출발하였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가는 곳이다.
그곳엔 나무들도 많고 한적해서 한편에 서재와 서고로 쓰라면서 동생이
내어줘서이다. 오늘은 또 풋고추와 가지를 두툼한 봉지에
담아 오는것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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