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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상
김길순
지난봄 여름은 바이러스 질병 때문에 지치는 사이 소리 없이 여름도 왔다 가고
소리 없이 가을이 와 오곡이 무르익는 자연의 신비에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한가위 만월도 우릴 밝혀주었고 고향으로 달리는 마음도 제자리에 돌아와
현실에 충실해야 할 때가 왔다.
이맘때쯤이면 릴케의 詩<가을날>이 언제 봐도 감동이기에 올린다.
가을날 /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 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주시고,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송이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계속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낙엽이 뒹구는 가로수 사이를
이리저리 불안하게 방황할 것입니다.
이제 풍요로운 결실 뒤에 남는 건
공허와 고독, 어둠이 오지 않을까? 지금은 들녘에 황금물결이 일고
풍요로운 그런 계절이다. 마음을 풍요롭게 저장하며 지내야 할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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