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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용 시<향수>를 같이 감상 하고자 올립니다.
    나의 산문 2020. 10. 8. 00:05

    정지용 시<향수>를 같이 감상 하고자 올립니다.

     

    <향수>는 정지용 시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향토적, 회화적 공간의식과 상상구조의 특징 있는 고도의 세련미를 보게 된다.

    전통적이며 토속적인 시어의 활용을 통하여 향토적인 정감을 효과적으로 살려내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노래로도 기억되지만 오늘 시를 한 번 더 다같이 외이고 싶어 올린다.

                                                                                                                              -김길순-

     

    향수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워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롱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긴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철경 화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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