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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넥타이 임영조나의 이야기 2021. 1. 12. 00:05
넥타이
임영조
이른 아침 거울을 보며
스스로 목을 맨 올가미가
온종일 나를 끌고 다닌다사무실로 거리로
찻집으로 술집으로
또 무슨 식장(式場)으로 끌고 다닌다
서투른 근엄을 위장해 주고
더러는 나를 비굴하게 만들고
갖가지 자유를 결박하는 끈도대체 누굴까?
이 견고한 줄로
내 목을 거뜬히 옭아 쥔 자(者)는…
답답해라,어머니의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온 이후
나는 아무런 줄도 잡지 못하고불안한 도시 안개 속을 헤매는 양(羊)
제발 정신 좀 차려야지
하루에도 몇 번씩 다짐하면서
뒤틀린 넥타이를 고쳐 매지만
나는 다시 고분고분 길들여진다.
낯선 시간 속으로
바쁘게 끌려가는 서러운 노예처럼임영조 충청남도 보령 출생
1943년 10월19일~2003 5월28
활동사항
1970년 『월간문학』 제6회 신인상에 시 「출항(出帆)」이, 197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목수(木手)의 노래」가 각각 당선되어 시단에 나왔다. 1975년 이인해, 임홍재, 정대구 등과 ‘육성동인(肉聲同人)’을 결성하여 사화집을 2집까지 펴냈다.
첫 시집 『바람이 남긴 은어』(고려원, 1985년)를 비롯하여, 두 번째 시집 『그림자를 지우며』(현대문학사, 1988년), 세 번째 시집 『갈대는 배후가 없다』(세계사, 1992년), 소월시문학상 수상시집 『고도(孤島)를 위하여』(문학사상사, 1994년), 시선집 『흔들리는 보리밭』(문학사상사, 1994년), 네 번째 시집 『귀로 웃는 집』(창작과비평사, 1997년), 다섯 번째 시집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나는 안다』(민음사, 2000년), 여섯 번째 시집 『시인의 모자』(창작과비평사, 2003년), 시전집 『귀로 웃는 시인 임영조』(천년의시작, 2004년) 등을 출간했다.
그가 다루었던 시세계는 ‘생활’과 ‘자연’이었다. 소재는 일상에서 취하였지만 내용은 항상 인생의 깊은 경지를 추구하여 평이한 시어와 간결한 구문으로 자연과 사물에 대한 의미를 순정하게 형상화하였다.
※위의 시는 현실을 소재로 하는 경우에는 객관적으로는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현실을 움직이는 본질적인 힘이 무엇인가를 파악해 내어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능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김길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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