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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빈 의자
김길순
간밤에 내린 흰 눈이
아파트 분리수거함 옆에 내놓은
의자 위에 소복이 쌓였다.
경비 아저씨들은
햇살 퍼질 때까지 그냥 둘 모양이다.
창살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도
고드름 되어 한나절 매달렸다가
물방울 되어 떨어져 내리고
아직도 더 내려야 할 곳을 찾아
희뿌연 하늘은 북쪽으로
산간지방으로 시야를 가리며
옮겨가고 있다.
내일 아침 폭설 주의보가 내려지면
빈 의자는 또 얼마나 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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