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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김철
저작권이 대세인 세상에서
저 하늘
저 구름
그 가을
그 햇살
다 그냥 썼습니다
어설픈 시 쓴다고
빚을 너무 많이 짊어졌습니다
한양의원을 소재로 상금 왕창 타고
술 한 잔 안 샀습니다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글감으로 쓰고
수레 한번 밀어 드린 기억 없고
개미 이야기로 지하철에 이름도 걸었지만
정작 그 개미
밟고 간 적도 있습니다
시 쓰는데 상처 이별 눈물
이런 이름들은 아주 좋은 먹잇감이지요
남의 아픈 가슴을 신이 나서 휘저었습니다
집도의(執刀醫)처럼
커피집에서 들려주는 노래 한 곡도
저작료가 있다는데
이 모든 것들을 다 그냥 썼습니다
갚을 길도 없는데
빚을 너무 많이 졌습니다.
-시집『먼지였으면 좋겠다』2020년
김철
전북 김제 출생 2011년 〈현대시문학〉 시 등단. 2017년 〈좋은시조〉 신인상
2018년 아르코 문학 창작기금 수혜
시집 『그대 지금 어디 있는가』, 『디지게 보고 잡네유』 『먼지였으면 좋겠다』- 카페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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