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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사등 - 김광균나의 이야기 2021. 6. 9. 00:05
와사등
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 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 와사등 · 가스등을 한자식으로 표기한 말
김광균(1914~1993)
『와사등』은 김광균의 대표적 시집인 동시에 1930년대 한국 모더니즘(modernism) 시운동(詩運動)의 결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여기에 수록된 시 가운데서도 특히 「외인촌」·「와사등」·「설야」는 김광균의 초기의 특성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와사등』은 1939년 7월 28일에 인쇄하고 8월 1일에 발행한 김광균의 첫 시집이다. 오장환이 경영했던 남만서점에서 발행하였다. 한국 모더니즘시의 이정표를 세운 기념비적 시집이다. 재판은 1946년 정음사에서 간행하였다. 『와사등』은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모더니즘시의 한 전형을 개척해 낸 1930년대의 대표 시집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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