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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살아 있는 날은나의 이야기 2021. 8. 7. 00:02
살아 있는 날은
- 이해인 -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 있는 연필
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
이 시는 절대자와 인생에 대한 경건한 자세를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으로,
수녀인 시인의 인생관이 잘 드러나 있다. '살아 있는 날은' 이라는 제목은
시인 자신이 유한자적 존재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이러한 표현은 항상 죽음을 인식하고 살아가는 사람의 진실한 삶의 태도를
반영한다. 따라서 이 시는 시적 기교보다는 삶의 진실성을 추구하는 시인의
시 세계를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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