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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막으로 가라 외 두편
    나의 이야기 2022. 8. 13. 00:03

     

     사막으로 가라  / 한필애 

     

    체증으로 가슴이 답답하면
    초원사막으로 가라
    가서 은하수를 만지거라

    벌컥벌컥 마셔도 보고
    첨벙첨벙 건너도 보아라
    홀로 건너기 외로우면 낙타와 함께하라

    하루 종일 소소초를 씹은 낙타도
    맑은 물로 비린내를 헹굴 것이니
    양가죽 냄새 퀴퀴한 게르에서
    낙타가 오기를 기다려라

    전갈들 모래 바닥 기어 다니고
    먼 데서 온 네가 궁금해 사막여우가
    어슬렁거리다 제 굴로 돌아가면
    사막의 밤을 가만히 내다보라

    거기 또 별들 쏟아져 발목에 쌓일 것이니
    떠나라

     

      사나사舍那寺 / 한필애  

    접시꽃 만발하면
    매미 떼 자지러진다

    벌레 먹은 보리수 풋열매
    절 마당에 그득하고
    덩달아 뻐꾸기 소리 처량하다

    법당에는
    엎드린 속울음
    이 첩첩 울음에
    부처님 단잠 깨시겠다

    끙차
    낡은 무릎 일으켜
    돌아앉으시겠다

     

      얼굴 반찬  

    수십 년 된 반찬이 상머리에 앉아 있다
    생전 반찬 타박 않던 남편이 물에 밥 말아놓고 멀뚱히 쳐다본다
    저런 묵은지가 없다는 듯

    **********************************************

    저자 : 한필애
    경남 창원 출생.
    1999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집으로 『빈 가슴으로 바람의 잔을 마신다』 『홍도에서 물들다』 등이 있음.
    경기문학상, 성호문학상, 율목문학상 등 수상.
    창원 출신 한필애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사람볕이 그립다>을 출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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