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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수련이 필 무렵나의 이야기 2022. 8. 12. 00:03
수련이 필 무렵
마경덕
왕송호수에 드문드문 수련이 피고
햇살을 쬐는 수련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는데
고요한 연못의 치맛자락이
언뜻언뜻 접히고 있었다
연꽃이 가만히 내뱉는 숨소리인 줄 알았는데,
어린 소금쟁이가
보일 듯 말 듯 그 작은 발로
물위에 발자국을 찍으며 스쳐갔다
연꽃과 연잎 사이
발목을 휘감던 동글동글한 물무늬가
빠른 걸음으로
어린 소금쟁이를 뒤따라갔다
금세 사라지는 그 발자국을
연못이 다 세고 있었다『세종문학』 제27호 2022년 상반기
[출처] 수련이 필 무렵 / 마경덕카페에서 옮겨옴 작성자 -김길순-'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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