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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 데려온 섬
박미숙
소금 병에서 소금을 맨손으로 덜어내자
바다를 덜어내던 소금밭이 벌떡 일어선다
어느 장애우의 눈물이니 한 톨도 흘리지 말라고
손끝에 매달린 눈물을 한 방울 거두어 병에 넣는다
갇힌 눈물, 눈물끼리라도 표정 없는 소금 병 속
바다물들은 소금밭이 위험하다고 아우성이다
물을 잃으면 소금이 돼
모서리끼리 부딪혀서 신음하는 장애우들
배워 본 적 없는 세상이 서로 쳐다본다
속 없이 투명하다
다만 몰라서 각진 모습에 비명을 지르고
그 비명에 놀라 모두가 소리를 지른다
소금을 넣어야 해 하고
뚜껑 밖으로 호명되면 이건 천 길 절벽이다
뜨거운 바다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없다는 표정으로 들끓는다
이내 다시 바다로 풀어지는 즐거운 고통이다
나는 누군가가 눈물을 맛이라 부르고
절벽 절벽 하며 떨어졌을 절망을 먹고 산다
나 또한 섬에 서 있고 절벽을 판다
1004의 섬* 너머 뜨거운 소상공인 바다의 섬에서
******************************************전라도 신안에 1004개의 섬이 있어 천사의 섬이라 부른다
출처 마경덕 카페에서 작성자 -김길순-'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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