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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시 가배절(嘉俳節) 외 그날이 오면나의 이야기 2022. 9. 15. 00:03
시인 심훈의 가배절(嘉俳節)을 올리려 한다. 1929년 9월 17일자 작품으로 기록된 이 시는
일제에 의한 암흑 속에서도 우리 겨레의 풍성했던 추석 명절을 떠올리면서 단 하루의 경절(慶節)즉 온 나라가 경축하는 날인 국경일을 갖고 싶다는 염원을 치열하게 드러내고 있다.
심훈1901년 서울 노량진에서 태어났다. 3·1운동에참가, 복역,출옥 후 상해로 가서 원광대학 입학,3년간 수학하고 귀국,장편소설 <상록수>1935년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현상 소설에 당선 되었다.
-작성 김길순-
가배절(嘉俳節)심훈
뒷동산에 솔잎 따서 송편을 찌고
아랫목에 신청주(新淸酒) 익어선 밥풀이 동동
내 고향(故鄕)의 추석(秋夕)도 그 옛날엔 풍성(豊盛)했다네
비렁뱅이도 한가위엔 배를 두드렸다네.
기쁨에 넘쳐 동내방내 모여드는 그날이 오면
기저귀로 고깔 쓰고 무둥서지 않으리
쓰레받기로 꽹가리 치며 미쳐나지 않으리,
오오 명절(名節)이 그립구나! 단 하루의
경절(慶節)이 가지고 싶구나!
******************************************그날이 오면
심훈(沈薰, 1901 ~ 1936)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며는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鍾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1930. 3. 1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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