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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는 수묵화였다
    나의 이야기 2022. 9. 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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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는 수묵화였다

                                                                         권정일
     

     그때 나는 세모시 저고리에서 달빛보다 더 선연한 바늘의 등뼈가
    휘어지는 것을 보았다  열 손가락관절이  삐걱이는 소리를 들었다
    수묵화처럼  가지런한이마가  환한 빛을 내던 토방 쪽마루를 보았

     
     어머니 반짇고리 곁에는  내가 이름  지어준 별들이  내려와 집을
    짓곤 했다 못에 찔려 피 흘리던  내 꿈들 우리집 추녀 끝에 밤마다
    찾아드는 바닷소리를 들었다 한 채 섬이 된 우리집 마당으로 물방
    울처럼 별 하나,  별 둘 똑똑 떨어지는 기척이 있었다 옛날 이야기
    가 섬이 되어 떠다니고

     푸른 슬레트 지붕이 녹스는  소리마저 정겨운 여름밤이었다 흑싸
    리 화투패 같은 빈 껍질의 어머니 가슴에서도 녹스는 소리가 들렸
    다 어쩜 그것은 내 가슴팍을 적시는 물살이었다 추깃물 같은 반딧
    불이 우리집 낮은 담장 너머에서 몇 번  어둠을 흔들다가사라지고
    있었다

     

    - 권정일 약력
    - 1961년 충청남도 서천 출생
    - 199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 시 집 :『마지막 주유소』『수상한 비행법』
             『양들의 저녁이 왔다』
             『어디에 화요일을 끼워 넣을까』등
    - 수 상 : 부산작가상, 김구용문학상, 이주홍문학상

    -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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