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어머니와 아들나의 이야기 2022. 12. 16. 00:01
어머니와 아들
이승호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오셨다
생떼를 부리고 간 아들을 위해
도시락을 들고 십 리 먼길을 걸어오셨다
밭일을 하다 오셨는지 머리수건을 쓴 어머니는
더없이 촌스러워보였다
“여긴 왜 와, 창피하게”
어머니는 말없이 도시락을 쥐여 주고
발길을 돌려 가셨다
열다섯 살, 철봉대가 뜨끈한 날이었다
그 뒤로 어머니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나는 그날의 잘못을 빌지 못했다
아들의 마음이 이제 이렇게 아픈데
어머니는 얼마나 서글피 울며 가셨을까
어머니는 가끔 내 꿈속으로 찾아오신다
어머니, 저는 시를 쓰고 있어요
그래그래, 어머니는 연신 맞장구만 하신다
매번 꿈속에서 나는 차마 그 말을 꺼내지 못한다
****************
시집 『국경 근처에서 집을 말하다』 2022. 들꽃
이승호 시인
2003년 계간 <창작21>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겨울 한탄강에서』 『무도회의 수첩』 『어느 겨울을 지나며』 『국경 근처에서 집을 말하다』
마경덕 / 블방에서 옮겨옴. 작성 김길순'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해목(雪害木)> 법정(法頂)의 수필 중 결말 부분을 보면 (80) 2022.12.18 톨스토이 < 인생론 > 내용을 알아 본다 (74) 2022.12.17 나쓰메 소세끼의 소설 <풀베개> 내용 (98) 2022.12.15 (시) 하늘을 나는 연을 보면서 (76) 2022.12.14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나톨 프랑스>에 대하여 (92) 202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