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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참외 하우스 외 한편
    나의 이야기 2023. 2. 9. 00:01

     

     

     참외 하우스  

                                   변희수 

     

    너무 가볍잖아

    노랑을 의심하는 버릇이 

     

    참외를 질투한다

     

    참, 거짓, 참, 거짓 명제를 의심한다

    노랑은 빨강을 낳을 수 없으니까

    노랑은 노랑밖에 몰라

    이 맹추야, 씨만 잔뜩이잖아

    얼굴을 박고 있는 종자들에게 소리친다

     

    지겹지도 않니 

    노랑을 속물로 취급한다

    노랑이 묻은 코끝으로

    노랑에게 낭비와 결핍을* 설명한다

     

    노랑을 벗겨낸다

    칼을 들고 속을 도려낸다

    참, 거짓, 참, 거짓 그딴 거 말고 

    그냥 개똥참외!

    잠꼬대 같은 말이 듣고 싶어서

    쓴맛이 꼭지 쪽으로 몰린다

     

    참외는 한 번도 참외가 아닌 적이 없는데

     

    귀납하는 참외와

    연역하는 참외들

     

    노랑과 노랑 사이 

    새빨갛게 익은 얼굴들이 의혹처럼 매달려 있는

    그러니까 한번 놀러오세요

    마이 하우스에

    마트는 멀어요

     

     

    *칸딘스키, 「노란색은 전형적인 지상의 색이다」 중에서.

     

     

      감자를 찌는 동안이면 되겠다 싶었어요  

                                                                                                     변희수 

     

    감자에게 말을 걸었다. 무뚝뚝한 감자는 말을 받아주지 않고 대신 주먹을 보여주었다.
    감자에게 다가가 주먹이나 키우고 말이야, 아래쪽에 대고 주먹밖에 없다고 쓴소릴 뱉

    었는데 누가 썩은 말이라고 재빨리 도려내고 땅속에 묻었다. 싹이 나고 잎이 나고 아무
    렇지 않은 척 우리는 가위, 바위, 보를 했다. 그런데 제발 주먹만 안 내밀면 좋겠어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위처럼 울어대던 새가 울음을 뚝 그쳤다. 

     

    감자꽃을 따주어야 하는데,

     

    저녁에는 누가 와도 올 것 같아서 급한 김에 주먹을 꺼내 삶았다. 찾아온 사람에게 뜸이

    덜 든 주먹을 보여주며 겸손한 척 손을 모았다. 그거면 됐다고, 입장을 잘 알 것 같은 사
    람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주먹을 보자기처럼 활짝 펴서 차양을 잘 만들어 쓰고 다니던
    사람이었는데 감자를 찌는 동안이면 이야기가 되겠다 싶었다.

     

    **************************************************************************

    변희수 시인

    2011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201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아무것도 아닌, 모든』 『거기서부터 사랑을 시작하겠습니다』
    『시민의 기분』이 있다.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 2018년과 2022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을 받았다.

    ※출처 마경덕 시인 블방에서 -작성 김길순-

     

    설악산 만산 가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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