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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지울 수 없는 말나의 이야기 2023. 2. 10. 00:01
지울 수 없는 말
정채봉
마술사로 부터 신기한 지우개를 받은 사람이 있었다
"이 지우개로는 어떠한 것도 다 지울 수 있다. 딱 한가지만 빼고는."
그는 지우개를 가지고 신문을 지워 보았다
세계의 높은 사람들 얼굴을
그리고 말씀을
그러자 보라 정말 말끔히 지워지고 없지않은가
그는 신이 났다
그림책도 지우고
사진첩도 지웠다
시도 지우고
소설도 지웠다
그는 아예 사전을 지워버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지우개로 아무리 문질러도
다른 것은 다 지워지는데
한 단어만은 지워지지가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문지르고 문지르다
마침내 지우개가 다 닳아지고 말았다
그와 그 지우개가
끝내 지우지 못한 단어는 이것이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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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1946년 전남 순천시
사망 2001년 (향년 54세)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꽃다발'로 데뷔
동화집 『물에서 나온 새』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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