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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소란한 아침들
    나의 이야기 2023. 6. 4. 00:01

     

    소란한 아침들

                                   마경덕

     

    믹서는 폭력적이다

     

    터치 한 번에 자세가 돌변하고

    비명을 내지르는 급회전에

    레몬 사과 당근 사각얼음 뼈가 으스러진다

     

    딸기의 살은 붉습니까

    아니오

    레몬은 노란 피를 가졌습니까

    아니오

     

    오답뿐인 일상

    빙하를 갈아 만든 냉커피에 졸음의 꼬리가 잘리고

    지친 세포가 눈을 뜬다

    무지근한 아침

    자극적인 발언은 밥상에 올리지 마세요

     

    한마디 경고음에 분노가 휘몰아치고,

     

    이웃한 거리에서

    기아와 전쟁과 뼈도 못 추릴 죽음이 뒤섞인다

    드론이 날고 미사일이 무차별 아파트를 폭격한다

    국경을 넘어 난민이 떼로 몰려온다

     

    빙산이 무너져도 테이크아웃은 늘어만 가고

    줄지어 식탁까지 날아오는

    기괴하고 불안한 세상의 아침들

     

    ON

    굶주릴수록 믹서는 난폭해진다

     

    OFF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동작을 멈춘다

     

    ***************************************

     

    소란한 아침들 / 마경덕(현대문학. 2023년 6월 호) 작성자 -김길순-

     

    전남 여수 출생
    등단: 2003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외
    활동: 문화센타, 문화원 시창작 강사로 활동
    수상: 제2회 선경문학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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