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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뻐꾸기 사발나의 이야기 2023. 6. 12. 00:01
뻐꾸기 사발
마경덕
쑥이 파랗게 밭둑을 덮을 때면
뻐꾸기 울음을 어딘가에 담아두고 싶었다
어머니가 아끼던
분첩과 참빗 빗치개가 들어있는
경대 서랍에는
엄마 몰래 소쩍새 울음을 담아 두어서
빈집이 어둑해졌을 때도 울지 않았다
애쑥국 퍼주던 그 사발을 헛간에서 찾아내고
혼자 웃었다
산을 넘어온 뻐꾸기 울음을
오목한 사발에 담아두면,
문득, 뒷산으로 떠난 할머니가
올 것만 같아서
이 빠진 사발 하나
어두운 다락방 구석에 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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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덕 시인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 -新 글러브 중독자 『그녀의 외로움은 B형』
제2회 북한강문학상 대상 . 두레문학상 , 선경상상인문학상. 모던포엠 문학상 수상
롯데백화점, AK문화아카데미, 강남문화원, 솜다리문학 시 창작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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