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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번개탄
    나의 이야기 2023. 7. 11. 00:01

     

     번개탄 

                                                      마경덕

     

     

    십 년 시집살이

    연탄의 숨구멍을 조이는 일이 내 목을 조이는 것 같아

    이 방 저 방 느슨히 불구멍을 열어놓으면

    시어머니 불호령이 발등에 떨어졌네

     

    연탄을 아끼는 일은 만만한 며느리 몫이어서

    새벽잠을 설치며 아궁이를 살폈는데

    누군가 숨구멍을 단단히 틀어막아

    까맣게 죽어버리던 연탄불

     

    그때 불씨가 되어주던 번개탄

    불붙인 신문지를 갖다 대면 번개처럼 확 일어나

    질식한 연탄을 거뜬히 살려냈지

    부랴부랴 새벽밥의 숨구멍을 트고

    그때마다 매운 번개탄이 눈물나게 고마웠지

     

    그렇게 일손을 돕던 번개탄이 이제는

    일산화탄소 중독을 일으키는 주범이라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 대책안에

    ‘번개탄 생산금지’가 들어있네

    그동안 번개탄으로 숨진 사람은 1763명

    해가 갈수록 번개탄 자살 사망은 늘어만 간다네

     

    죽은 연탄을 살리던

    그렇게 착하던 번개탄이

    사람의 목숨을 꺼버리다니,

     

    생각해보니

    숨통을 죄는 그 무섭고 독한 기운이

    제 몸까지 사르고 기어이 밑불이 된 것이었네

     

    『동리목월』 2023년 봄호 

    *************************************

    <<마경덕 시인 약력>>
    *2003년《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그녀의 외로움은 B형-新글러브 중독자,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2회 수혜,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제2회 북한강문학상 대상, 두레문학상, 제2회 선경상상인문학상 수상.
       -작성 김길순- 

     

     
    만주 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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