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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궁여지책
    나의 이야기 2023. 7. 9. 00:01

    개다래(목천료)

     

     궁여지책 
                                               길상호

     

    개다래라는 열매가 있는데요
    이름도 못생긴 것이
    꽃도 보잘 것 없이 작아
    산 속 깊이 밀려나 사는 넝쿨나무가 있는데요
    아무도 봐주지 않는 그놈도
    열매는 맺아야 하니까
    나비의 입술이 필요했던 겁니다
    은둔에 익숙해진 꽃으로는
    얼굴 내밀 수 없어 궁여지책
    잎들 하얗게 탈색시켰던 것인데요
    잎을 꽃으로 바꾸기까지
    제 속을 얼마나 끓였겠습니까
    그 열매 날로 씹으면
    혓바닥이 훨훨 탄다는데요
    불기를 어르고 달래야 그제서
    오장육부 따듯하게 덥히는
    약재가 된다는데요
    불을 약으로 만들기까지
    사람들은 또 얼마나 떨었겠습니까

     

             **************


    길상호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등,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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