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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백두산 천지 물나의 이야기 2023. 9. 3. 00:01
백두산 천지 물
엄한정
저기 하루 자고 여기 사흘 묵어서
백두산 천지에 오른다
어둠이 걷히면 비도 그치리 기다림 끝에
장백폭포에 무지개가 선명하다
얼마나 별서 온 것이냐
마침내 백두산 천지 앞에 선다. 광활하다
좋은 울음 터에 한바탕 울만하다.
수십 년 등짐을 내려놓은 듯
궁궐 문을 열어젖히듯 가슴을 편다
승사하를 따라 펼쳐진 초원을
아이처럼 뒹굴며 울다가
바라보면 구름이 흘러가는 저기
국경을 달리하는 천지를
건너는 배는 없고
다만 내 조선의 근원을 천지에서 본다
이 물이 길어 병에 채워 간다
우리의 우물 맛이다
* 문학사계 87호 가을호에 실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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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한정 1936년 인천 출생
*1963년 아동문학(박목월 추천)지와, 현대문학(서정주 추천)지로 등단.
*시집 <낮은 자리><풀이되어 산다는 것><머슴새> <꽃잎에 섬이 가린다> 등
*국민훈장석류장, 한국현대시인산 본상, 한송문학상 등
*이한세상 동인, 교직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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