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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제25회 <수주문학상> 수상작 - 먹갈치
    나의 이야기 2023. 9. 19. 00:01

     

     

     

    2023년 제 25회 <수주문학상> 수상작 - 먹갈치

     

    먹갈치 

                                                        ​조수일


    야행성이었다
    달이 뜬 후에야 낡은 통통배를 밀고 바다로 향했다
    대낮엔 모래 틈이나 펄 바닥에 엎드려
    밤을 기다리는 갈치를 닮았다
    딱 한 번 흙탕물에 발이 빠졌을 뿐인데
    당신의 얼룩은 평생을 따라붙었다
    어둠이 더 편한 밑바닥의 생
    북항의 밤은 늘 멀리서 찬란하였다
    날렵한 지느러미에 주눅 든 새끼들을 싣고
    밤하늘의 유성을 따라가고 싶을 때도 있었을까
    은빛의 유려한 칼춤으로
    자신의 바다에서
    단 한번도 刀漁가 되어본 적이 없는 아버지
    갈라터진 엄마의 울음이 뻘밭에 뿌려지던 날
    마지막 실존이었던 銀粉마저 다 털려
    유영의 꿈을 접었던
    평생 들이켠 바다를 다 게워내느라 갑판 위가 흥건했다
    짠물을 다 마시고도 채우지 못한 허기
    삶을 지탱하는 힘이 어쩌면
    꿈을 좇는 허영인지도 모른다
    바다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한 갈치 떼
    가쁜 숨 몰아쉬며
    눈먼 만삭의 어둠 속에서 습관처럼
    살점 저며주고 뼈만 남은 먹갈치 한 마리
    또 한 번 서툰 몸짓으로 비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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