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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피
홍혜향
처음부터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
마른 미역처럼 앉아 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내 피는 어디에나 흔해서
말을 걸면 금방 들통나지만
입을 떼기 전까진 다른 피처럼 앉아 있다
A형인 줄 알았는데
구멍이 많아서 다 보여요
세상 어디에나 흔한 피인데
같은 피를 찾으려면 없다
다른 피에 옮겨가서
나를 수혈 받은 사람은 끈끈해질까
눈물 구멍 많은 나도 다른 피를 수혈 받아
창틀처럼 단단한 막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누구나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자기 피도 초록이라고 말할 때
나라고 말하는 내 피는
A형 같은 곰피다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사진 <구글 이미지 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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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향 시인
2022 월간 모던포엠 상반기 신인문학상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
*(출처 마경덕 카페) -작성 김길순-'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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