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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로의 논개 外 봄비나의 이야기 2023. 11. 5. 00:01
논개
변영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 변영로는 임진왜란 당시의 논개의 일하를 시적 제재로 취하여 작품으로 형상화 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소재 역시 시인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며, 이를 운율감 있는
언어와 이미지를 통하여 제시한다면 훌륭한 지작품이 창조될 수 있다.
봄비
변영로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앞에 자지러지노라!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이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신생활』 2호, 192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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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변영로(卞榮魯)
별칭 : 변영복(卞榮福), 수주(樹州)
1898년 사울 출생
1909년 중앙학교 입학
1918년 중앙고보 영어 교사
1920년 문학 동인지 『폐허』 동인 활동
1931년 도미(渡美), 캘리포니아주 산호세대학에서 수학
1935년 『신가정』지 주간
1946년 성균관대학교 영문과 교수
1949년 서울시 문화상 수상
1953년 서울신문사 이사,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초대 위원장
1961년 사망
시집 : 『조선의 마음』(1924), 『수주시문선』(1959), 『차라리 달 없는 밤이드면』(1983),
『논개』(1987)
-작성자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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