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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 공식
송문희
길섶에 자라는 한해살이들,
짧은 목숨도 채우지 못하고
오가는 발길에 밟히거나 바퀴에 뭉개진다
풀의 중심은 발길이 닿지 않는 곳
쓸모없는 풀의 목을 잡아채는 찰나
쓱, 손을 베였다
선명한 핏방울,
풀잎은 칼을 어디에 숨겼을까
풀이 살아남는 방식은
뿌리를 단단히 묻는 법
바람에
흔들리며 넘어지며 더 많은 씨를 뿌린다
손에 든 풀물
박박 문질러도 빠지지 않는다
풀의 피가 분명하다
*시집『고흐의 마을』2020. 달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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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희 시인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
2004년 계간《시와비평》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충북제천시청, 부산 사하구청 평생교육사를 역임했다. 2017년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시집『나는 점점 왼쪽으로 기울어진다』『고흐의 마을』[출처] 마경덕 카페 / 작성자 김길순구글 이미지 발췌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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