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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오세영
전신이 검은 까마귀.
까마귀는 까치와 다르다.
마른 가지 높이 안장
먼 설원을 굽어보는 저
형형한 눈,
고독한 이마 그리고 날카로운 부리.
얼어붙은 지상에는
그 어디에도 낱알 한 톨 보이지 않지만
그대 차라리 눈밭을 뒤지다 굶어 죽을지언정
결코 까치처럼
인가의 안마당을 넘보진 않는다.
검을 테면
철저하게 검어라, 단 함 개의 깃털도
남기지 말고 ······
겨울 되자 온 세상 수북이 눈은 내려
저 머더 하얗게 하얗게 분장하지만
나는
빈가지 끝에 홀로 앉아
말없이
먼 지평선을 응시하는 한 마리
검은 까마귀가 되리라.
* 월간문학 2023년 11월호 이 시대 창작의 산실에 발표 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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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吳世榮, 1942년 5월 2일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전라남도 영광군에서 출생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에 〈새벽〉이, 1966년 〈꽃 외〉가 추천되고, 1968년 〈잠 깨는 추상〉이 추천 완료되면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무명 연시》,《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 녹원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만해대상[1] 등을 수상하였으며,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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