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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완동물을 사랑한다지만
    나의 이야기 2023. 12. 18. 00:01

     

     

     

    애완동물을 사랑한다지만

                                                                                    김길순

     

     

    우리 마을 상가 건물 1층 미용실에는 들어가는 문 옆 길 고양이 밥그릇과

    물그릇 그리고 고양이 집이 옆에 있다. 그 앞을 지나올 때마다 사료 그릇과

    물그릇이 온전히 반듯하게 있을 때가 별로 없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먼발치서 보게 되면 안에는 그래도 손님이 의자에 앉아있고

    미용사는 열심을 머리를 만진다. 그 안 실내에는 손님 사이로 조그만 강아지가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인다. 이러한 환경을 이해하는 단골손님은 변함없이 찾아

    간다.

     

    가을이면 시골에서 가지고 온 마늘이나 고추 자루를 길고양이 집 옆에 쌓아

    둔다. 비가 오면 고양이 집 이불은 축 늘어진 걸 볼 수 있다. 지나 올 때마다

    고개를 돌리게 된다. 며칠 전 그 앞을 지나오다 또 한 번 놀란다. 그 자그마한

    미용실에서 강아지 두 마리 목줄을 끌고 미용실원장 나와 산책 뛰기 시작한다.

     

    겨울이면 길고양이도 개도 추위를 탄다고 애완동물을 지극히 사랑한 나머지

    그렇게 비좁은 가게 앞을 길고양이에게 내어준다는 것은 보통 사랑이 아니고는

    그렇게 할 순 없다. 만일 고양이에 목줄을 해서 가게 앞에 종일 매달아 놓았다면

    지나는 주민들에게서라도 신고가 들어갔을 것이다.

     

    눈비 오는 엄동설한 밤 고양이 집을 들여다보노라면 두 눈을 반짝이는 두 마리의

    길고양이를 돌보아준 미용실 원장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구걸 이미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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