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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똑똑한 건물들나의 이야기 2023. 12. 20. 00:01
똑똑한 건물들
마경덕
은행문을 밀고 나온다
밀면 편한데
나갈 때는 굳이 당기는 문을 고집해
미는 문은 없다
은행 강도가 도망을 칠 때
미는 것과 당기는 시간 차이는
딱 1초
그 1초를 벌기 위해 모든 고객은 문을 당겨야 할까
백화점 마케팅 전략으로 사라진
시계
창문
1층 화장실
창문이 없어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쇼핑에 빠져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도 까먹는다
화장실을 찾아 2층까지 가는 동안
불쑥 탐나는 물건이 나타난다
충동 구매는 1초면 충분하다
건물이 여느 사람보다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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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포스』 2023년 12월호
[출처] 똑똑한 건물들 / 마경덕 카페 |작성자 김길순'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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