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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화분
김지란
두어 개 분꽃 화분이
바닷가 돌담 골목길을 지키고 있습니다
소금기 묻은 노을이
담장 아래 빛바랜 플라스틱 의자에
엉덩이를 걸칠 무렵
하나둘 지팡이가 들어섭니다
저녁밥을 짓는 골목이
금빛 냄새로 환해집니다
낮 동안 무료하던 분꽃의 입술이
어스름에 때맞춰 붉어집니다
할머니들의 갈라진 뒤꿈치와
볼은 더 깊게 쪼글거리고
저녁이 오는 기척에 분꽃이
부스스 눈을 뜹니다
모든 하루가 화분을 감싸고 도는
골목의 저녁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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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란 시인
전남 여수 출생, 2016년 「시와 문화」등단, 시집 『가막만 여자』 『아물지 않은 상처와 한참을 놀았다』
2020년 아르코문학나눔 선정, 한국작가회의 회원, 숲속시 동인, 화요문학회 동인
[출처] 마경덕 카페에서 -작성자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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