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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잣의 생각
    나의 이야기 2024. 1. 17. 00:01

     

     

     

     

     

    잣의 생각                 

                                              마경덕



    식혜에 동동 뜨는 잣
    참 가볍다

    ​딱딱한 껍질에 숨어 한 송이로 부풀 때까지
    하늘에 바친 기도는 얼마나 무거울까

    겁 많고 속이 무른 잣

    높은 나무에 매달려 아슬아슬 간덩이를 키웠지만
    앞니로 깨물거나 망치로 살짝 건드려도
    지레 으깨져

    고작, 혀끝만 적시는
    한 알의 살점

    허기진 입을 채우려면 어림없을 거라고
    귀찮고 까다로운 제 몸을 믿었을 것인데,

    할머니가 누누이 일러준
    머리 검은 짐승은 믿지 못한다는 말
    잣나무에게 전해주지 못했다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흰 살점만 발라내는
    잣 까는 기계들

    탈피 된 알몸이 수북이 쌓이고
    순식간에 잣의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

     

             *******

    마경덕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신발論』『글러브 중독자』『사물의 입』『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작성 김길순-

     

     

     

    구글 이미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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