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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무작정인 사랑나의 이야기 2024. 2. 13. 00:01
무작정인 사랑
마경덕
벚나무 이파리 한 장 주웠어요
테두리를 감싼 작은 톱날 자국들
하나둘셋넷다섯여섯…
세다가 자꾸만 숫자를 놓쳐요
이파리를 뒤집으니 잎맥이 정교한 실핏줄 같아요
이 미세한 실핏줄로 하늘과 땅이 드나들었죠
내 몸에도 지구의 둘레를 세바퀴나 돌 수 있는 실핏줄이 있고
이 통로를 따라 시간이 돌고 있어요
당신이 지은 위대한 명작을 신발들이 짓밟고 갑니다
인간을 위한 건가요
특별한 취미인가요
숨겨둔 오묘한 솜씨를 발견해도
먹고 살기 힘든 인간의 마음은 돌덩이 같아 덤덤합니다
볼 수 있는 자만 보고
즐길 수 있는 자만 즐기라고요
세상은 의심하고 미워하며 빠르게 늙어가요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들이 득실거려요
그래도 여전히 당신은 핑킹가위로 봄을 오리고 있어요
당신이 발명한 무작정인 사랑
손수 빚은 우주 한 조각 사뿐 내 머리에 떨어졌어요
****************************************************[출처] 무작정인 사랑 / 마경덕 카페|-작성자 김길순-구글 이미지 발췌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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