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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물고기 비가 내리는 마을
    나의 이야기 2024. 3. 28. 16:01

     

    물고기 비가 내리는 마을

                                                                                                        강우근 

    물고기 비가 내리는 마을이 있습니다 그 마을 사람들도 왜 물고기 비가 내리는지 모릅니다
    예기치 않게 비가 내려서
     
    물고기를 잡으러 다니는 사람이 있고, 물고기를 촬영하여 미디어에 알리는 사람이 있고,
    물고기를 조용히 냇가에
    풀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다른 의미로 물들어가는
    물고기의 축제는 슬프고 괴롭고 아름답기도 합니다
     
    빗물 속에서 죽어가거나 촬영되거나 헤엄치는
    물고기의 투명한 비늘에는 사람들의 눈동자가 일렁입니다
     
    물고기 비가 내리지 않을 때에도 투두둑, 투두둑
    비 떨어지는 소리에 사람들은 바깥을 나가봅니다
     
    심해처럼 어두운 밤하늘에서
    저마다 다르게 비치는 물고기의 몸짓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동공처럼 밤하늘을 유영하는 물고기는
    소멸하는 별처럼 터질 때가 있습니다
     
    밤이 찾아오면 창문마다 생겨나는 물질들
    물고기들은 잠든 마을의 창문과 창문 사이로 헤엄을 치며 지나가고 투두둑, 투두둑
     
    “저기를 봐”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울 때
     
    닿을 수 없지만 한없이 가까워지는 물고기들
    사람들은 마음 속의 칼을, 카메라를 내려놓습니다
     
    냇가에 물고기를 풀어준 아이들은
    다양한 색채를 이루는 물고기가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봅니다

                   ******************
     
     
    - 시집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2024.1

    강우근
    강릉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2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로 등단.
    시집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작성 김길순-

     

    호주, 하늘에서 물고기가 내렸다. 구글이미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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