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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그 계단
    나의 이야기 2024. 3. 30. 16:01

    그 계단

    ​                                마경덕

    내 상처의 목록 맨 앞줄에
    가파르고
    비좁고
    어둑한
    단이 있었다

    그 계단 끝에는 한참을 망설이던 전당포가 있었다
    이것저것 캐묻는 낯선 사내에게
    훔쳐 온 물건을 꺼내듯
    결혼반지를 내민 손이 떨고 있었다

    보랏빛 사파이어 반지 하나가
    불안한 표정으로 철창 안 주인을 쳐다보았다
    “만 원 쳐줄게요”

    결혼 패물과 아이 돌반지는 시어머니 몰래 다급한 큰언니의 손으로 넘어가고
    남편도 모르는 약속 하나는 끝내 내게 돌아오지 못하고
    그날 두 번째 비밀이 추가되었다

    아이 손을 잡고 내려올 때
    손등에 떨어진 눈물이 보석처럼 반짝 빛났다
    청량리 역전 어디쯤,

    영혼까지 저당잡힌 그 전당포에
    춥고 어두운 계단이 있었다

    <시와사상> 2024. 봄호


              *********


    [ 마경덕 시인 약력 ]

    * 등단 :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그녀의 외로움은 B형-新글러브 중독자』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 수상 : 제2회 북한강문학상 대상, 두레문학상, 제2회 선경상상인문학상. 제18회 모던포엠문학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2회 수혜,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 출처 마경덕 카페 -작성자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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