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시) 비둘기호
    나의 이야기 2024. 5. 3. 00:01

     

    비둘기호

                                                 김사인

    여섯 살이어야 하는 나는 불안해 식은땀이 흘렀지.
    도꾸리는 덥고 목은 따갑고
    이가 움직이는지 어깻죽지가 가려웠다.

    검표원들이 오고 아버지는 우겼네.
    그들이 화를 내자 아버지는 사정했네.

    땟국 섞인 땀을 흘리며
    언성이 높아질 때마다
    나는 오줌이 찔끔 나왔네.

    커다란 여섯살짜리를 사람들은 웃었네.
    대전역 출찰구 옆에 벌세워졌네.
    해는 저물어가고
    기찻길 쪽에서 매운바람은 오고

    아버지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하소연하는 눈을 보냈네.
    섧고 비참해 현기증이 다 났네.

    아버지가 사무실로 불려 간 뒤
    아버지가 맞는 상상을 하며
    찬 시멘트 벽에 기대어 나는 울었네.
    발은 시리고 번화한 도회지 불빛이 더 차가웠네.

    핼쑥해진 아버지가 내 손을 잡고
    어두운 역사를 빠져나갔네.
    밤길 오십리를 더 가야 했지.

    아버지는 젊은 서른여덟 막내아들 나는 홑 아홉 살.
    인생이 그런 것인 줄 그때는 몰랐네.
    설 쇠고 올라오던 경부선 상행.

    *******************************************************

    김사인
    충북 보은 출생.
    시집 : 『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 『어린 당나귀 곁에서』 외
    {출처} 카페 시인회의 -작성 김길순-



    다음 이미지 발췌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5월을 드립니다  (175) 2024.05.05
    (동시) 목격자 송현섭  (163) 2024.05.04
    노벨상 작가 펄 벅의 방한은(1960년)  (191) 2024.05.02
    (시) 오월  (167) 2024.05.01
    (시) 이상한 하루  (179) 2024.04.30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