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이상한 하루나의 이야기 2024. 4. 30. 00:01
이상한 하루
이향아
더는 줄일 수도 막을 수도 없어서, 이승 저승 슬픔을 한데 몰아서, 그의
명패 앞에 머리를 숙였다. '조문 불가' 일렀어도 눈치껏 모여들어,산 사람
은 정신 차려 살아내야 한다고, 굳었던 입을 벌려 미망인을 위로하고 어
떻게 살아가나 방향을 가늠하다가. 마스크를 내리고 국밥 먼저 먹었다
얼핏얼핏, 얼굴 구겨 아는 채는 했지만
어떤 이는 구석에 박혔다가 서둘러 갔다
우리는 거대한 지배자에 비겁하게 굴종하며
눈치껏 대충대충 모르게 헤어졌다
돌아오는 전철에는 벙어리뿐이었다
******************
* PEN문학 2024년 2-4월호 실린 글
※
-1938년 충남 서천 출생
-1966년 [현대문학]지의 3회 추천을 받아 등단, 1998년 윤동주문학상 수상
-시집 [눈을 뜨는 연습(練習)][강물연가][꽃들은 진저리를 친다]
-호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역임'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벨상 작가 펄 벅의 방한은(1960년) (191) 2024.05.02 (시) 오월 (167) 2024.05.01 바람만이 아는 대답(밥 딜런) (190) 2024.04.29 엘리엇의 기도 (162) 2024.04.28 2024 <현대문학상>수상작 김복희 (170) 2024.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