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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등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긴-여름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高層) 창백한 묘석(墓石)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夜景) 무성한 잡초(雜草)인양 헝클어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피부(皮膚)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悲哀)를 지니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信號)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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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균의 시는 이미지즘, 또는 모드니즘 계열의 작품이요, 그를 모더니스트로 다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상적 요소가 배제된 것은 아니다. 소시민의 따뜻한 서정은 감상적인것이며, 극단적으로 추구한 시의 회화성은 구체적 사물은 물론이요, 관념이나 심리적 사상까지도 그림으로 바꾸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시인이었다. - 작성 김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