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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마경덕
창을 넘어오는 빗소리, 어둠에 숨은 밤비를 소리로 읽는다. 지붕 아래 누워 밤새 빗소리에 젖는 일은 단잠과 바꿔
도 참 좋은 일모과나무 첫 태에 맺힌 시퍼런 모과 한 알, 서툰 어미가 두 손을 움켜쥐는 밤. 빗물에 고개가 무거운 옥상의 풋대추
도 노랗게 물든 살구도 자다 깨어 빗물에 얼굴을 닦고 있을 것이다.내일이면 뿌리째 뽑힌 텃밭 달개비도 기운 차려 보랏빛 꽃을 내밀겠다. 첩의 입술 같은 붉은 능소화는 길바닥에 속
엣말을 흥건히 쏟아놓겠다.투둑투둑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혀 비의 발목이 부러지는 소리, 사방으로 빗물 튀는 소리.
피를 수혈받는 밤
젖어야 사는 것들은 지붕이 없다.
*****************마경덕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으며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시집 '신발論'이 있으며 현재 시마을문예대학, 한국시문화회관 부설 문예창작학교 강사, MBC롯데, AK문화아카데미 시 창작 강사로 활동 중이다.
[출처] 마경덕 카페 -작성 김길순-'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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