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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세월이 가면나의 이야기 2024. 8. 1. 12:30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네.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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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시인의 이 시(세월이 가면)에서는 논리적인 모순이 없다.
또 논리적인 모순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만큼 이 시는 기교적이 아닌
것처럼 순박하게 보인다. 논리적인 언어로 질서 정연하게 잡혀 있으면
서도 이 시가 논리 이상의 매력을 주는 것은 이 시인의 시풍과 현대적
낭만성에 있다. -작성 김길순-
※ 박인환 시인(1926~1956)은 강원도 인제 출신으로 21세 때인 1946년
국제신보에 시 '거리'를 발표하며 등단, 동인지 「신시론」,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발간.'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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