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詩) 달 넘어 간다 外 우체통을 보며
    나의 이야기 2024. 8. 21. 00:01

     

      달 넘어간다  

                            엄한정

    서쪽 산에 달 넘어간다
    바람을 막는 손이 없고
    세월 막는 방패가 없으니
    잘못 보낸 시간 없도록
    시간을 채 썰 듯 쪼개 쓰면서
    꽃 그림을 그리다
    꽃 꿈을 품는 것만으로도
    내 것인 듯 인생은 행복하다
    황혼인가 했더니
    어느새 서산에 달 넘어간다.

    **************************


    우체통을 보며

                                  엄한정

    메일에는 도저히 쓸 수 없는
    문장을 손편지에는 쓴다
    이를 테면 박제가가
    "가랑비와 안갯속에서
    남은 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또는
    "친구여 그대는 내 곁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오"라고 쓴
    이런 투의 편지
    친구의 마음에 꽃을 심는다는 생각으로
    편지를 들고 우산을 쓰거나
    눈길을 걸으며 우체통을 찾아간
    기억이 있어 우체통을 볼 때마다
    하루에 몇 통의 편지가 우체통에 넣어질까
    넣어진 편지는 제대로 수거될까
    어쩌다 아주 사라지는 건 아닌지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 문학사계 2024년 가을 91호, 신작 시편 발췌 

                 ******************

    엄한정: 936년 인천출생
    * 서라벌예술대학 및 성균관대학교 졸업
    * 1963년 아동문학(박목월 추천)지와, 현대문학(서정주 추천)지로 등단
    * 1963년 <현대문학>과 <아동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낮은 자리> <연산담화>
    *미당시맥상, 한국현대시인상본상. 성균문학상 본상. 한국문인협회감사.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역임. 한국현대시인협회 부회장. 교직 40년 경력.
    * -작성 김길순-



    경북 청도 혼신지 일몰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고통 外 파도  (147) 2024.08.23
    (시) 수선화에게  (145) 2024.08.22
    향기로운 삶  (159) 2024.08.20
    반딧불이 불빛  (158) 2024.08.19
    옛부터 자연을 관조하는 시가 많았다  (137) 2024.08.18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