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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달 넘어 간다 外 우체통을 보며나의 이야기 2024. 8. 21. 00:01
달 넘어간다
엄한정
서쪽 산에 달 넘어간다
바람을 막는 손이 없고
세월 막는 방패가 없으니
잘못 보낸 시간 없도록
시간을 채 썰 듯 쪼개 쓰면서
꽃 그림을 그리다
꽃 꿈을 품는 것만으로도
내 것인 듯 인생은 행복하다
황혼인가 했더니
어느새 서산에 달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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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통을 보며
엄한정
메일에는 도저히 쓸 수 없는
문장을 손편지에는 쓴다
이를 테면 박제가가
"가랑비와 안갯속에서
남은 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또는
"친구여 그대는 내 곁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오"라고 쓴
이런 투의 편지
친구의 마음에 꽃을 심는다는 생각으로
편지를 들고 우산을 쓰거나
눈길을 걸으며 우체통을 찾아간
기억이 있어 우체통을 볼 때마다
하루에 몇 통의 편지가 우체통에 넣어질까
넣어진 편지는 제대로 수거될까
어쩌다 아주 사라지는 건 아닌지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 문학사계 2024년 가을 91호, 신작 시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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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한정: 936년 인천출생
* 서라벌예술대학 및 성균관대학교 졸업
* 1963년 아동문학(박목월 추천)지와, 현대문학(서정주 추천)지로 등단
* 1963년 <현대문학>과 <아동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낮은 자리> <연산담화>
*미당시맥상, 한국현대시인상본상. 성균문학상 본상. 한국문인협회감사.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역임. 한국현대시인협회 부회장. 교직 40년 경력.
*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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