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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행복
    나의 이야기 2024. 8. 24. 00:01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시인柳致環
    출생1908년 7월 14일, 경남 통영시사망1967년 2월 13일 (향년 58세)
    가족형 유치진학력 연희전문학교 데뷔1931년 문예월간 '정적' 등단경력
    1957.~ 한국시인협회 초대회장수상1947. 제1회 청년문학가협회 시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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