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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봉선화
김길순여름날 경기도 어디쯤인가 모임에서 친구집 방문을 위해 길을 따라갔다.
4.5백 평쯤 되는 마당과 정원 그리고 조그만 텃밭까지 갖추고 있었다,지붕이 있는 평상에 앉으니 옆채소밭엔 풋고추가 실하게 달려 있었고
집 좌우로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작은 도랑을 만들어 쉴사이 없이
돌돌 졸졸 흐르고 있었다,작은 도랑가에 물봉선화가 키대로 서서 노랑, 분홍으로 피어있어 보고 또 보게 되었다.
어느 시인의 '나의 농원살이' 처럼 순수한 자연 속에 살고 있음을 보았다.
나는 어릴 때 경주 황남동 고분이 있는 마을 줄기와집 큰 뜰이 있는 집에 살았는데
6남매 막내다 보니 위로는 서울로 공부하러 떠나고 큰언니는 시집을 갔고 해서 넓은 집혼자 있는 날이 많았다. 얼마 후 중2 때 서울로 전학 오자 북적한 남대문 시장이며 시내 버스
타고 학교 다녔기에 시골 큰집 생각은 잊고 지내 왔지만 물봉선화를 보니 갑자기 외로
웠던 어릴적 집 생각도 났다. 식구가 네댓 있었으면 좋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친구가 요리해준 닭죽을 먹고 풋고추 한아름씩 따서 주는 걸 받아가지고 일행들은 서울로 왔다.
그런 후 헤어지고 일 년 후 남편이 먼 길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일행은 바쁘게 달려 갔었다.
그 후 물봉선화를 보면 왠지 슬픔이 눈앞에 아롱거렸다. 세월이 십 년이 지났을까 친구
이름도 잊었을 때쯤 어느 모임에 나타났다. 정말 반가웠다. 그 동안은 미국 딸 내 집에서
지냈다고 한다. 여름 물봉선화가 필 때면 그 친구집 도랑가 물봉선화가 지금도 피고 있겠지 하고
눈앞에 선하게 필름처럼 지나간다.'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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