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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을의 기도나의 이야기 2024. 9. 27. 00:01
가을의 기도(祈禱)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을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
내면적인 추수의 결실을 추구한 시는 김현승(1913~ 1975)의 <가을의 기도>이다.
가을에 추수하는 것처럼, 내면적인 추수의 시기도 가을로 설정해 놓고, 알찬
열매를위한 소망과 그 열매를 추수할 수 있도록 기도한 것이다.여기서 마지막 연에서 나오는 ‘까마귀’는 통념적인 ‘죽음’의 징후로 상징된 것이
아니라, 내 영혼과 연계되어 있다.
“빛을 넘어 / 빛에 닿은 / 단 하나의 빛”인 검은빛의 까마귀는 나의 마른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영혼의 새’로 상징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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