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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시를 올립니다.(대결 외 꽃)나의 이야기 2025. 2. 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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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
이상국
큰눈 온 날 아침
부러져 나간 소나무들 보면 눈부시다
그들은 밤새 뭔가와 맞서다가
무참하게 꺾였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을 바치기 위하여
공손하게 몸을 내맡겼던 게 아닐까
조금씩조금씩 쌓이는 눈의 무게를 받으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빛나는 自害
혹은 아름다운 마감
나도 때로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
꽃이상국
노래하면 몸이 아파
그러한 그리움으로 한 서른 해 앓다 일어
피는 꽃을 보면 눈물 나네
노래로는 노래에 이르지 못해
먼 강 푸른 기슭에서 만났다 헤어지던 바람은
흐린 날 서쪽으로만 가고
작고 작은 말을 타고 삶의 거리를 가며
아름다운 것을 소유할 수 없다는 걸 알기까진
나는 너무 많이 울었네
한 서른 해 아픔으로도
사랑 하나 깨우지 못하여
그러한 그리움으로
마당귀 피는 꽃을 보면 눈물나네****************************************
이상국 시인
1946년 강원 양양군 출생
1976년 심상지 시 '겨울추상화' 발표 데뮈
백석문학상. 민족예술상. 유심작품상. 강원민족예술상.
시집: 『동해별곡』 『우리는 읍으로 간다. 』 『집은 아직 따뜻하다』
『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뿔을 적시며』 외털 제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