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신문과 고서를 모으기 좋아하는 남편
    나의 이야기 2011. 1. 4. 03:59

     

     

     

                           

     

     

     

     

    신문과 고서를 모으기 좋아하는 남편

     

                                                                              김길순

     

     

      남편은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 한 부, 나가서 사오는 신문 두 세부를 빨간 볼펜으로 언더라인을 하고 가위로 오린 후 스크랩을 해두는 습관이 있다. 책으로 말하면 하루에 세부에서 다섯 부 정도 우편으로 오고 이래서 방은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기 때문에 베란다에도 책꽂이를 마련해 두었다. 얼마 전에는 모교에다 책을 아주 많이 기증을 했는데도 또 쌓였다. 나는 버리기를 좋아해서 그이 몰래 모아둔 신문 뭉치를 갔다 버리곤 한다. 공간이 협소하므로.

     

      또 하나는 오래된 미니컴퓨터(노트북)하며 그림을 액자로 만들어 오기 때문에 세 개 이상 벽에 붙이지 않는 것이 나의 선택이다. 따라서 미술품들은 베란다에서 줄을 서서 임자를 기다리듯 기다린다. 그리고 쇼핑백 비닐 봉투까지 얌전히 접어서 차곡차곡 모아두고 지나간 음반 테이프도 수도 없이 모아둔다. 사진 앨범은 연도 별로 챙겨 놓는다.

     

      저녁에 퇴근할 때는 신문 뭉치는 어김없이 가지고 들어오고 그 때마다 나는 작은 공간이라 버릴 생각만 하고 산다. 그러다가 남편이 쓰레기를 내어다 버리려고 나갔다가 활자들을 가지고 되돌아와서는 뵈는 게 없느냐고, 활자가 보이지 않느냐고 나를 몰아세운다.

     

      남편은 고전적이고 나는 현대쪽이다. 남편은 서점에서 살 수 없는 고서들을 애지중지하지만, 나는 피아노를 조율하거나 더 좋은 피아노로 바꾸기를 바란다. 우리 집은 이렇게 고서와 피아노, 난류와 한류가 교차한다. 남편은 판소리 가락이 장강처럼 길어서 좋다고 선호하지만 나는 피아노 연주곡과 색소폰 감상을  좋아한다.

     

      아무튼 어쩌면 남편의 고서에서는 빠가사리 민물 매운탕 냄새가 나는 것만 같고, 나의 피아노에서는 은빛 피라미 떼가 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