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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김길순
가끔 굴비 한 두름을 사서 냉동실에 밑반찬으로 보관해둔다.
속속들이 얼어붙어 나중엔 소금 맛으로 변해 밥 한 술에야들한 살코기 한 점은 없어지고 고무 같이 질긴 살점을
젓가락으로가 아니고 손으로 발라야 먹을 수 있다.
왜 이지경이 될 때 까지 두나.
나는 그 누구인가 갑자기 오는 손님을 위해서
보관하다 요즘엔 밥 먹고 가는 손님이 없어지자 이렇게
질긴 굴비가 냉동실에서 기다리다 아주 짜고 딱딱한 굴비가 돼 버린다.
또한 다이어트 한다고 밥 량을 줄이니 더욱 뜸하게 찾는다.
어쩌다 밥 한 끼를 거르게 될 때는 노릇하게 구워지는
굴비 생각이 간절할 때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되도록 반가운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굴비는 항상 챙겨 두는 편이다. 하얀 소금밭 굵은 소금을
거쳐 온 굴비는 바로 고향을 곁에 둔 기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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