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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을 한다기에
김길순
태풍에 떨어진 낙과를 사려고 대형마트에 들렀다.
과일 코너에 가기 전 친구와 나는 팬티 세일 푯말 앞에 멈췄다.
3장에 2천원하는 삼각여성 팬티가 눈길을 끌었다.
이유는 진분홍 패랭이꽃이 온통 판박이를 한 무늬였다.
친구도 나도 95사이즈는 돼야 입을 터인데 치수가
작은 90이지만 무늬가 하도 예뻐 둘이는 샀다.
나는 반액 세일에 마음이 약해진다.
나도 소소한 걱정이 생길 때 떨이하고 세일 하고 싶어진다.
파란 빨간 사과를 반액 세일에 한 묶음 사고
가지고 온 팬티는 그림감상을 하듯 문갑위에 올려놓고
패랭이꽃 무늬를 거울 보듯 한 번씩 쳐다본다.
이렇게 작은 일상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어
마음이 허전 할 땐 세일에서 채워지는 인생을
배울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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