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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의 <길>에 대하여전체보기 2012. 9. 5. 06:05
김기림의 <길>에 대하여
김길순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 사랑도 그 길위에서 조약돌 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서 봄이, 가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번 다녀갔다. 까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 와서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김기림의 수필「길」
위의 글은 김기림의 수필 <길>이다. 짧고 간결해서 원고지 2매의 짧은 글로서,
수필이라지만 시적으로 이루어진 산문으로 보아진다.
시적인 감동을 주는 글귀는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는
구절에서 간결함이 보이고 시적인 압축이 보여 쉽게 이해 할 수 있고 문장의
구도도 단순하며 짧은 글에서 전체를
상상할 수 있어 읽으면 어렵지 않아 더욱 감동이 온다.
김기림-1908 함북출생
1930-일본대학 문학예술과졸업.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
<조선일보>에 <가거라 새로운 생활로> 발표 ,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