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이 익는 가을이 되면전체보기 2012. 11. 3. 06:03
감이 익는 가을이 되면
김길순
감이 익는 가을이 되면 언제나 고향으로 마음은 돌아간다. 늦가을 바람이 스산하게
불 때면 앙상한 나뭇가지에 안쓰럽게 무겁게 매달린 감나무 가지들이 생각난다.
경주 황남동에 있는 줄 기와집 담 벽은 기와로 되어 있었다. 담장 안에는 두레박으로
물을 떠올리는 샘물이 있었고 그 옆에는 큰 동이 감나무가 있었다. 나는 육남매 막내로
자랐기 때문에 그 어마어마하게 큰 감나무들이 언제 심었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큰 나무였기에 한 번도 손으로는 따먹을 수가 없었고 오빠들이 매미채 같은 것으로
따서 소쿠리에 담아 주었다. 그 추억을 남겨준 다정한 오빠 두 분도
지금은 하늘나라로 가셨다.
초겨울이 되면 대청마루에 곶감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으면 햇살이 따끈하게
비춰주었다. 달콤하게 익어가는 곶감 냄새를 맡으며 마루에 앉아 붓글씨 쓰기를
한 생각이 난다.
가을 날 문살에 한지를 바를 때면 예쁜 단풍잎을 그 속에 넣어 바르면 무늬가
곱게 나오기도 했다. 요즘 시장을 지나오면 빨갛게 익은 감을 볼 때면 고향의
감나무와 부모님 그리고 함께 지났던 형제들의 모습이
영화 필름처럼 지나가는 가을 날이다.
'전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을 쉽게 안 그 여자 (0) 2012.11.05 행주를 삶듯이 (0) 2012.11.04 강원도 평창군 장평리에 가다 (0) 2012.11.02 여자의 매력 (0) 2012.11.01 큰 딸이 이사를 한다기에 (0) 201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