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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처럼 날아갔네
김길순
산길을 걷다
산새 한 마리 재잘거리며
날아가는 것을 보고
오래전 일이 문득 생각 났었네.
세상에 태어 난지 일주일 된 딸
모습도 새끈새끈 예뻤네.
그날따라 여름날 천둥번개가
심하게 치고 찬 기운이 방안을
엄습하자 산모인 나는 바람을
마셔 급성 폐렴에 걸렸네.
열찬 모유를 먹고
아가는 그만 가고 말았네.
세상은 암흑같이 빛을 잃은 듯 했네.
모녀간은 일주일 같이 지낸
따뜻한 정을 남기고
영이별을 한것이네.
푸른 잎사귀 영롱한 아침
그 때부터 아가는
산새와 친구가 되었다네.
※ 나와 비슷하게 자식을 잃은 정지용의 시 한편을 게재한다.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이 시는 정지용이 자식의 죽음을 맞아 고통을 겪다가 삶과 죽음이
각기 다른 세계인 듯 하지만 인식하기에 따라서는 혹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하나로 통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보여 준다. 그것을 유리창에
비유하여 노래한 것이다.